Interview!!


크로스오버 테너이자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임태경이 ‘모차르트’로 다시 돌아왔다.

잘 생긴 외모에 깍듯한 매너, 유창한 말솜씨까지 임태경의 첫인상은 누가 봐도 유들유들한 순수남이다. 하지만 그는 할 말과 생각은 똑 부러지게 전하는 칼 같은 매력도 지니고 있었다.


팝페라와 크로스오버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하고 있던 기자를 위해 임태경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인내심을 발휘 했다.

그가 설명하는 ‘크로스오버’는 오페라의 아리아를 성악가가 팝의 느낌으로 부르는 ‘팝페라’와 달리, 말 그대로 온갖 음악을 넘나드는 꽤나 스케일이 큰 장르다.

임태경은 “크로스오버는 한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째즈곡을 성악적으로 바꾸거나 라틴 리듬을 섞기도 한다. 빅밴드 R&B 가요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는 음악이 크로스오버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유학생활을 한 임태경은 “노래를 하겠다고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됐을 때 내가 꿈꿨던 것은 노래를 부를 때 나의 오감과 육감을 청중들이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며 “소리로만 전달하지 않고 시각적인 자극까지 준다면 그들이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크로스오버는 단지 음악과 음악만 섞는 1차원을 뛰어넘어 소리와 느낌, 마음까지 모두 움직이고자 하는 3차원 그 이상이었다.

때문에 뮤지컬 도전 역시 임태경에게는 그다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 임태경은 “사실 관계자 분들에게 설득 당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내 스스로 뮤지컬 자체를 크로스 오버라고 생각했다”며 “뮤지컬은 노래에 따라 몸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내가 하고자 했던 정서전달과 일맥상통 하겠구나 싶어 감히 도전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팝페라 가수라 소개하면 크로스오버 테너라 정정하고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만 덧붙이면 다소 “섭섭하다”고 말한 임태경은 자신의 일에 관해서는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어하지 않은 욕심쟁이였다.

물론 노래 잘하는 임태경에게도 뮤지컬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는 아기가 걸음마 떼 듯 하나부터 열 끝까지 온 몸으로 노력했다.

뮤지컬 배우 인생 7년차. 임태경은 자신이 처음 뮤지컬에 도전했을 과거를 떠올리며 현 아이돌의 뮤지컬 도전에 대해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영화로 따지면 액션 장르와 비슷하다는 뮤지컬에 적응하기까지 임태경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임태경은 “무대 위에서는 배우로서 몸의 언어가 따로 있다”며 “뮤지컬 무대 위에서의 연기는 표현 방법이 아예 달랐다. 발이 부르틀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첫 공연의 기억을 추억했다.

멋도 모르고 올랐던 첫 무대. 그 이후 사람들은 그에게 수많은 질책과 비웃음을 보냈다.

임태경은 “노래는 잘 하는데 연기는 정말 못 봐주겠어”, “티켓 파워가 있어서 주인공 됐나”는 오해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 모든 말들이 임태경에게는 ‘용기’가 됐다. 그리고 이왕이면 ‘연기를 잘 하는 배우’ 소리가 듣고 싶었다.

뮤지컬에 도전하는 아이돌을 보면 자신의 첫 공연 때가 생각난다는 임태경에게 뮤지컬 시장으로 넘어오는 아이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더니 “말하기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몇 분간 심각하게 고민했다.

생각이 모두 끝났는지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인 임태경의 첫 입장은 일단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그 부분은 역시 ‘티켓 파워’에 있었다. 임태경은 “뮤지컬 산업의 전반적 동태를 봤을 때 저변 확대는 있다. 뮤지컬이라는 다소 생소했던 장르가 대중화 되고 있다”며 “어린 학생 팬덤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따라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투자를 받는다거나 할 때 아이돌은 이미 티켓 세일즈에 보장돼 있는 친구들이니까 상업적인 것을 위해서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임태경은 자신과 함께 JYJ멤버 시아준수가 ‘모차르트’에 동반 캐스팅 됐을 때도 일각에서는 ‘말이 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자신은 꽤 좋았단다. 그는 “모차르트는 워낙 자유분방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와는 전혀 다른 색깔로 무대를 꾸민다”며 “금전적인 것에 여유로워야 배우들도 편하지 않겠느냐. 다른 배우들도 편히 작업할 수 있겠구나”라는 진심반 농담반의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밀듯 쏟아지는 아이돌에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뮤지컬 업계와 현직 뮤지컬 배우, 그리고 3~4년간 배우의 꿈 하나만 보고 달리는 학도들에게 모독을 주는 것이다”고 뼈가 담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작품의 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임태경은 7년차 배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두 세 달에 걸친 준비 기간이 벅차고 힘겹단다. 그는 아이돌로 인한 저변확대가 뮤지컬 시장의 외면으로 이어질까 염려하고 있었다.

“그들이 미리 뮤지컬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임하면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 말한 임태경은 “준비를 완벽히 하지 못한 채 공연을 하면서 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조금 민망스럽다”며 “최소한 내 배역은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이 마지막이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다면 우려하는 일은 안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베테랑 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